재택근무의 민낯: 나는 팬데믹이 낳은 반쪽짜리 CEO

02.18 20:46

재택근무 3년 차, 나는 스스로를 'CEO'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Chief Entertainment Officer"의 약자다. 내가 관리하는 건 회사 프로젝트가 아니라, 화상회의 때 내 뒤에 보일 '적절한 배경'과, 점심시간에 뭐 먹을지 결정하는 일이 전부다. 오늘은 용기 내어(?) 재택근무의 찬란한(?) 현실을 고백한다. 당신의 재택근무도 혹시 이렇지 않은가?
 

문 앞에

'방해 금지' 표지판, 하지만 반려동물은 글자를 못 읽죠.

1. 상의는 정장, 하의는 잠옷의 법칙

재택근무의 가장 큰 특권이자 굴욕, 바로 '상의는 정장, 하의는 잠옷'입니다. 중요한 화상 회의가 있을 때면, 상의는 깔끔한 셔츠를 입고 넥타이까지 매지만,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하의는 온갖 편한 차림입니다. 한겨울에도 반바지에 패딩 조끼를 입고 회의하는 나를 보며, 내 반려묘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실화: 어느 날 중요한 발표 중에 일어나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순간 카메라에 잡힌 내 하의는... 하와이안 반바지. 팀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날 이후 우리 팀의 '드레스 코드'는 "상의만 정장"이 되었습니다.

2. 화상회의 중 깜짝 출연한 '가족'

재택근무자의 숙명, 화상회의 중 가족의 갑작스러운 등장입니다.

사례 1: 아이의 깜짝 출연
중요한 클라이언트 미팅 중, 4살 딸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아빠! 응가했어!"라고 외쳤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잠시 멈칫하더니 "축하드려요"라고 답하더군요. 그날 이후, 나는 회의 전 문을 잠그는 법을 배웠습니다.

사례 2: 반려동물의 스타 탄생
내 고양이는 화상회의 때마다 내 얼굴을 가리며 카메라 앞에 앉는 버릇이 있습니다. 어느 날 팀장님이 "야, 너보다 고양이가 더 집중해서 듣는데?"라고 농담했죠. 지금은 우리 팀의 마스코트가 되어, 회의 시작마다 "고양이 좀 봐도 될까요?"라는 요청이 들어옵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고양이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회의의 주인공은 언제나 고양이입니다.

3. 집중하려고 이어폰 꼈는데 배터리 없던 날

드디어 중요한 보고서 마감일, 집중하려고 무선 이어폰을 꼈습니다. 음악을 틀려고 보니... "배터리 부족" 알람. 급하게 충전기를 찾았지만, 100%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한쪽만 끼고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쪽만 끼고 있으니 소리가 왼쪽에서만 나는 것이, 마치 누가 내 옆에서 계속 속삭이는 것 같아 더 집중이 안 되더군요.

교훈: 무선 이어폰은 전날 밤에 충전해두자. 그리고 여분의 유선 이어폰을 비상용으로 책상 서랍에 넣어두자.

4. 재택근무 1년 차가 깨달은 '진짜 일하는 법'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는 마침내 재택근무의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진리 1: '퇴근'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일이 끝나도 노트북을 계속 켜두고, 이메일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그 결과, 번아웃이 왔죠. 지금은 저녁 6시가 되면 컴퓨터를 완전히 끄고, 책상을 정리한 후 "오늘 수고했어"라고 말하며 업무 공간을 떠납니다. 이 간단한 의식이 '퇴근'을 만듭니다.

진리 2: 점심시간엔 진짜 '쉬어야' 한다
책상에서 밥을 먹으며 이메일 확인하는 것은 점심시간이 아닙니다. 진짜 쉬려면 밥 먹는 동안 업무를 완전히 잊어야 합니다. 요즘은 점심 먹고 10분이라도 산책을 합니다. 15분 점심 레시피로 빠르게 해결하고, 남는 시간에 산책 가는 걸 추천합니다.

진리 3: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처음에는 침대에서 노트북을 하고 일했습니다. 생산성은 바닥을 쳤죠. 재택근무 환경을 개선한 후, 집중력이 2배로 올랐습니다. 역시 '환빠'(환경을 빠르게 바꾸는 사람)가 되어야 합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과 편안한 의자, 좋은 조명이 있는 이상적인 홈오피스

이상적인 재택근무 환경, 하지만 현실은...

5. 재택근무의 아이러니: 가장 외롭지만 가장 붐비는 공간

재택근무는 혼자 일하지만, 가장 많은 '깜짝 손님'이 찾아옵니다. 택배 기사님, 아이스크림 트럭, 이웃집 반려견의 짖음, 그리고 가장 무서운 손님... 바로 냉장고입니다.

냉장고와의 전쟁: 업무 중에 무의식적으로 냉장고 앞을 서성이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배고픈 건가, 심심한 건가?" 스스로에게 묻지만 답은 없습니다. 결국 냉장고 문을 열고, 어제 먹다 남은 치킨을 꺼내듭니다. 이게 바로 재택근무의 '냉장고 유혹'입니다.

6. 결국 깨달은 것: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나 자신'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습니다. 재택근무의 핵심은 '환경'도, '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휴식, 업무와의 경계 설정,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오늘도 나는 상의는 정장, 하의는 잠옷을 입고 화상회의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아요. 오히려 당당합니다. 이것이 바로 '뉴노멀'이니까요.

여러분의 재택근무 이야기는 어떤가요? 혹시 나만의 '재택근무 실패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서로의 실패를 위로하다 보면, 어느새 재택근무 고수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재택근무 중에도 건강을 지키는 법이 궁금하다면 재택근무 건강 관리법을, 점심 해결이 가장 큰 고민이라면 15분 점심 레시피를 참고해보세요. 그리고 진짜 재택근무 고수가 되고 싶다면, 추천 리스트 게시판의 '재택근무자의 업무 효율 2배 올려주는 필수 앱 & 아이템 7선'을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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