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앱 깔아놓고 게임한 썰 - 결국 찾은 건 오래된 수첩이었음

02.08 13:04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면, 우리는 종종 화려한 디지털 해결책을 찾습니다. 저 역시 "이번엔 진짜 한다!"는 각오로 유명한 명상 앱을 구독하고, 생체 피드백 기기를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항상 예측 가능했습니다. 알림은 무시되고, 기기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유일한 기록은 구독료 결제 내역뿐이었죠. 오늘은 그런 디지털 자기계발의 '실패史' 속에서, 결국 가장 소박한 것에서 진정한 해답을 찾게 된 우스꽝스럽지만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공유합니다.


책상 위에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여러 디지털 기기가 놓여 있지만 사용되지 않고 있는 모습

도구가 너무 많으면 정작 중요한 일을 시작조차 못하게 됩니다.

1단계: 신기술에 대한 맹신 - "이 장비만 있으면 나도 달라진다!"

스트레스 해소에 진심이었던 저는 하루에 10분씩 명상하면 보상을 주는 앱, 호흡 패턴을 가이드해주는 앱, 심박수로 스트레스 수치를 측정하는 스마트워치까지 장만했습니다. 초기 몇 일은 마치 새 장난감을 갖은 아이처럼 열심이었습니다. "와, 내 심박변이도(HRV) 수치가 올라갔네!" 하며 희열을 느꼈죠. 하지만 문제는 장비를 켜고 앱을 연결하고 센서를 부착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가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배터리가 부족할 때면 "명상하기 전에 먼저 충전부터 해야 하나"라는 번뇌가 생겼습니다.

[결말]
결국 앱의 일일 알림은 '오늘의 명상 챌린지 실패' 메시지로 바뀌었고, 스마트워치는 그저 시계 기능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도구를 관리하는 부담이 도구가 주는 혜택보다 커진 순간이었습니다.


충전 케이블이 엉켜 있는 책상 한구석과 사용되지 않는 이어폰

의도는 좋았습니다. 정말로요.

2단계: 도피의 발견 - "명상 시간인데... 잠깐 게임만..."

가장 웃픈 전환점은 여기서 왔습니다. 명상 앱을 실행해 놓고 "잠깐 눈만 감고 있을까" 했는데, 옆에 있는 다른 앱 아이콘이 유혹했습니다. "명상도 마음 수양이니, 먼저 기분 전환부터 해야지"라는 합리화와 함께 명상 10분 타이머가 돌아가는 동안 정작 저는 퍼즐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앱은 '오늘의 명상 완료!'라고 축하해주지만, 제 마음은 게임에서 진 짜증만 가득했죠. 이른바 '멀티태스킹 명상'의 추한 현실이었습니다.

[결말]
이것은 명상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 앞에서의 시간을 정당화하기 위한 자기 기만에 불과했습니다. 스트레스는 해소커녕, 게임 결과에 따라 추가 스트레스만 받게 되었습니다.

3단계: 아날로그의 귀환 - 먼지 쌓인 수첩에서 찾은 구원

모든 디지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어느 날, 책상 서랍 정리하다가 대학교 시절 쓰던 낡은 모눈 수첩을 발견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기 펼쳐들었는데, 안에는 옛날 감정이나 지저분하게 적힌 메모들이 가득했죠. 그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지금 결과(수치, 기록, 성취)를 위한 명상을 하려고 했구나. 하지만 진짜 필요한 건 과정(나의 지저분한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었어."

그날부터 명상 앱 대신 그 수첩을 꺼냈습니다. 앱처럼 '잘' 적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화가 나는 순간, "**씨, X가 진짜 X 같다**"고 그대로 적었습니다. 초조할 때는 종이에 의미 없는 소용돌이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생활정보 게시판(관련 글 보기)에서 본 '감정 라벨링'을 저만의 방식으로 따라해봤습니다.


빈 페이지가 많은 오래된 수첩과 간단한 필기구가 나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모습

가장 강력한 도구는 때로 가장 단순합니다.

깨달음: 도구는 도구일 뿐, 주인은 나다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명확합니다.

  1. 도구는 동기가 아니라, 동기를 따른 결과물이다: 명상 앱이 명상하게 해주는 게 아닙니다. 명상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앱을 켭니다.
  2. 추적의 유혹을 경계하라: 수치와 기록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지금 여기'에 머무는 본래 목적을 잃게 됩니다.
  3. 장벽은 낮을수록 좋다: 수첩과 펜은 열기만 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앱을 켜고, 로그인하고,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없죠.

결국, 머리에 이식된 칩이 아니라 손에 쥔 펜이 제 불안한 생각을 종이 위로 끄집어내는 데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명상 앱을 삭제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가끔 배경음으로 흘려들을 뿐입니다. 진짜 작업은 늘 그 낡은 수첩에서 이루어지고 있죠.

 

창가에 앉아 수첩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편안한 모습. 자연광이 따뜻하게 비춤.

적는 행위 그 자체에 모든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디지털 데톡스' 과정을 통해 진정한 평안을 찾는 다른 방법들이 궁금하시다면, 추천 리스트 게시판의 '디지털 피로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위한 아날로그 취미 3가지'를 추천합니다. 또한, 모든 스트레스 관리의 근본이 되는 호흡법이 궁금하시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건강·식이요법 게시판의 '숨만 잘 쉬어도 스트레스가 확 내려간다'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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