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야간 알바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낮에는 그나마 정상적인 손님들이 오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별의별 유형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야간 근무였다. 컵라면 정리하고, 음료 냉장고 채우고, 계산대에서 멍하니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특별한 사건이 터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새벽 두 시쯤, 편의점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모자는 푹 눌러쓰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으며,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손님처럼 보였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진열대 쪽으로 가지 않고 계산대 앞에 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손님이 갑자기 물었다. “여기 혹시... 김치 팔아요?” 순간 머릿속이 멈췄다. 편의점에서 김치를 안 파는 건 아니지만, 보통은 컵김치나 작은 포장 김치를 찾는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컵김치 코너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손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제가 말한 김치는... 엄마 김치요.”
순간 너무 황당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손님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나는 혹시 농담인가 싶어 웃으면서 “저희는 그런 건 안 팔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손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역시 편의점은 없구나.” 마치 어딘가에서는 팔 것처럼 말하는 뉘앙스였다.
손님은 계산대 옆에 서서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혹시 여기서 라면 끓여주실 수 있어요?” 나는 전자레인지 사용은 가능하지만 직접 끓여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럼 제가 옆에서 말로 지시할게요.”
순간 이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님께서 직접 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님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요리를 잘 못해서요. 오늘은 누가 해줘야 먹을 수 있어요.”
손님은 왜 요리를 못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다 해주셔서 라면을 끓여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없으면 저는 굶어야 해요”라는 명언을 남겼다. 편의점 안에서 갑자기 인생 상담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한참을 고민하던 손님은 컵라면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 계산대에 가져오며 말했다. “이건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거죠?”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손님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럼 이건 제가 할 수 있겠네요”라고 말했다.
결제를 마치고 나가려던 손님이 다시 돌아와 말했다. “근데 혹시 물 부어주는 것도 도와주실 수 있어요?” 나는 속으로 수백 번 울면서도 “그건 손님께서 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언젠가는 혼자 할 수 있겠죠?”라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아마도요”라고 답했다.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그대로 계산대에 엎드렸다. 웃음이 터져 나왔고 동시에 세상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 알바를 하다 보면 정말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인생 수업을 받게 된다.
이날 이후로 나는 어떤 손님이 와도 웬만하면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그 손님이 생각난다. 과연 그는 지금쯤 라면을 혼자 끓일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걸까. 편의점 야간 알바는 오늘도 평화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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